츠루야 모에파인 나에게 모씨가 하루히 12화를 보라고 권해줬다.
츠루야의 어여쁜 모습이 그나마 많이 나온다고 하면서.
봤더니, 역시 츠루야가 최고!  (하지만 그 머리는 조금 잘랐으면 한다.)

하루히 12화에는 고교 축제가 한창이어서, 보다보니 나의 고교시절 축제가 생각나더라.
나는 고교시절 합창부였는데, 합창부는 축제기간에 '음악감상실'을 운영했다.
30분씩 시간을 나눠서 한 타임마다 공연 등을 운영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포크송 콘서트를 하는 학생도 있고, 가요나 메탈,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감상 타임도 있었다. 음악감상 타임에는 보통 2명이 짝을 지어 DJ를 했다.

고교 1학년이었던 나는 당연히(...) 애니메이션 음악 장르로  한타임 신청을 했고, 물론 DJ는 나 혼자였다.
내 타임의 첫곡으로는 학생들에게 친숙한 디즈니 '알라딘'의 주제곡으로 골랐었고, 그 뒤로는 당시 대부분 학생들에게 생소했던 씨티헌터 삽입곡이라든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애니들의 삽입곡 등등을 틀었다. 도중에 사일런트 뫼비우스 애니를 틀어두고 쥐뿔도 몰랐던 사이버펑크 강의도 곁들여주고....마지막 곡은 전영소녀의 'あのひに'였다.

지금와서 가장 기억에 남는것은, 앞줄을 차지하고 앉아 내 멘트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안경쓴 남학생들이다....;
그날 이후로 전교 오타쿠(?) 남학생들이 내게 너무나 친숙하게 말을 걸어왔더랬다. 말을 걸어오는 내용은 보통 '00애니가 이번에 어떻게 끝난다더라' 라던가 '이번에 무슨무슨 애니 자막 작업을 끝냈는데, 어디서 상영회를 한다' 라든지 '00고교의 누구누구가 너를 좀 소개해달라고 하더라' 라는 것들이었다. 뭐. 정말로 소개받아 알게된 오타쿠 녀석도 있었고...

기억을 더듬어보니, 그때는 정말 열심히 준비 했던 것 같다.
며칠동안 선곡하느라 끙끙대고, 각각의 곡을 테잎에서 테잎으로 녹음하고...
(나름 90년대 초반이라 MP3는 커녕 CD도 별로 없던 시절이다.)
틀어둘 애니 비디오도 준비하고, 멘트도 열심히 쓰고 말이다.

그때는 애니메이션이 너무너무너무 좋아서 장차 관련 일을 할거라 굳게 다짐하고 있었고...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좋은 것을 조금이라도 전달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던 청순가련 17세 소녀였다. =_=;
나의 10대를 상당부분 채우고 있었던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에 흥미가 떨어진것은 20대 초반이었던 것 같다. 애니메이션의 '표현의 한계'에 버럭 짜증을 내었달까....
그 이후 게임으로 흥미가 넘어갔던게 아니었나 싶다. 이 변천 과정에 대해서는 다음에 또 포스팅 할 기회가 있겠지...

여튼. 나는 학창시절 조용한 학생이었던 것 같은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꽤나 재밌는 에피소드들도 있는 것 같다. 이것들도 완전히 잊어버리기 전에 포스팅 해두는게 좋겠다.

Posted by 서늘

2006/06/21 20:16 2006/06/2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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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영천 2006/06/22 01:30 # M/D Reply Permalink

    12화는 좀 무미건조했달까...좀 심심한 감이 없잖아 있더군요.
    개인적으로는 하루히 11화를 보고 뻑..갔습니다. 키보드를 두다다다 두들기는 유키상의 모습은 그야말로 가와이~~~

  2. 서늘 2006/06/22 19:25 # M/D Reply Permalink

    영천님// 오호. 11화가 그 '게임 대전' 편인가보군요. 저는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

  3. 비밀방문자 2006/06/23 17:32 # M/D Reply Permalink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4. 서늘 2006/06/23 21:26 # M/D Reply Permalink

    비공개// 나도 조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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